감각통합이란
감각통합(Sensory Integration)이란 신체와 환경으로부터 주어지는 다양한 감각들을 조직화하고 그 속에서 신체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신경학적 과정입니다.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전정감각, 위치감각은 각 감각 수용체를 통해 뇌로 전달되며 뇌는 전달된 다양한 감각을 통합하여 환경에 적응하며 행동을 계획하고 조절하며 실행할 수 있게 명령을 내립니다.
감각통합은 일반 아이를 키우다 보면 크면서 당연히 그리고 저절로 습득되는 능력이라 이런 단어조차 들어보지 못한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첫째 아이를 키울 때는 감각이 예민하거나 둔감한 아이가 있다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감각통합에 문제를 보이는 둘째 아이를 키우면서는 모든 발달 과정은 경이롭고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감각통합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감각통합 장애는 감각 수용기와 뇌로 연결되는 신경세포나 신경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를 처리하는 뇌 기능의 문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뇌가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되어 있는데 유전 또는 환경의 문제로 뇌의 정보 처리 능력이 한정되어 있다면 동시에 입력되는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데 문제를 겪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의 감각통합 문제, 일상이 힘들어지다
우리 아이는 3세~5세 사이에 감각통합의 문제가 심하게 나타났습니다. 까치발로 걷는 양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불안한 마음이 커졌던 시기였습니다.
겨울에 눈 밟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 눈 위를 걷는 것은 상상도 못 했고, 머리에 물 닿는 것을 싫어해서 머리 감기는 것이 고역이었습니다. 머리 깎는 것도 못하게 해서 아이가 잠들었을 때 몰래 깎이곤 했죠. 몸에 상처가 나거나 병원에서 주사를 맞아도 별로 아픈 것을 못 느끼는 듯했습니다.
또한 놀이터에서 그네 타는 것을 무서워했고 푸딩 같은 물컹한 질감은 아예 먹지 않으려 했습니다. 옷 입을 때도 옷의 재질에 따라 입고 안 입고가 확실했고 겨울옷에서 여름옷으로의 전환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15개월부터 다녔던 어린이집에서도 3세 때는 아이 보육이 너무 힘들다며 매일 전화가 왔고 전화 올 때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일까 하며 가슴이 두근거렸었죠. 그래서 오전에 2-3시간 맡기고 점심 식사 후에 찾아서 집으로 오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까탈스럽고 예민한 아이가 너무 버거웠고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다 하는 기본 일상이 힘들어지니 자괴감도 많이 들어 우울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이가 별나고 예민하다고 생각해서 화도 많이 내고 다그치기도 다반사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뇌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나타났던 행동들이었다는 생각을 하니 미안해집니다.
부모가 감각통합 치료사가 되자
저는 아이가 4세일 때 지인의 권유로 서초구에 위치한 아이들세상 의원에서 감각통합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초기 평가를 거쳐 시작한 치료는 주로 다양한 그네 타기, 트램펄린을 활용한 활동, 평행봉 걷기, 볼풀 놀이, 기어서 계단 오르기, 좁은 터널 통과하기, 다양한 촉감 놀이 활동 등이었습니다.
워낙 감각이 예민하고 이 때문에 생기는 일상의 불편함이 컸기에 당시에도 비싼 치료비를 내며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곳에서의 6개월 치료 후 서울시 어린이병원에서 작업치료(작업치료 안에 감각통합 치료가 포함되어 있음)도 진행했고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서 하는 감각통합 치료도 꾸준히 받았습니다.
전문가가 아이의 감각통합 문제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방법으로 치료가 진행됐기 때문에 분명 효과는 있었습니다. 40분씩 주 1~2회의 치료로도 느리게 효과가 나타났으니 일상 속에서 부모가 치료사가 되어 아이에게 다양한 자극을 준다면 치료 효과가 훨씬 빠르게 나타날 수 있겠죠?
제가 경험해보고 찾아본 오감을 자극하는 활동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이들은 저주파에 민감한 편이므로 야외에 자주 나가 바람 소리, 새소리, 물 흐르는 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며 청각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연의 소리는 아이의 마음에 안정감도 주니 일석이조이죠.
둘째, 몸으로 놀아주는 놀이 많이 하고 수시로 마사지, 쓰다듬거나 꼭 껴안는 촉각 자극을 많이 주도록 노력하면 좋습니다. 모래, 물, 진흙, 찰흙 등 다양한 재료와 소재 만져보며 다양한 활동을 하면 효과는 배가됩니다.
셋째, 시소, 그네, 미끄럼틀이 있는 놀이터와 트램펄린 활용하여 전정기관을 자극해주고 평행봉 걷기, 눈 감고 오래 버티는 놀이 등 균형감각 키워주는 운동을 하면 위치감각 자극에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각 및 후각 자극을 위해서는 다양한 식재료로 음식 만들어 먹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결국, 어릴 때부터 집 안과 밖, 자연에서의 다양한 자극과 경험이 정말 중요함을 알고, 부모는 아이의 오감을 자극해 줄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야 합니다.
'자폐아이 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폐스펙트럼 장애아의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 (0) | 2022.07.08 |
---|---|
우리 아이, 단지 조금 다를 뿐입니다. (0) | 2022.07.06 |
아이의 발달 수준을 알 수 있는 검사들 (0) | 2022.07.05 |
내 아이, 자폐 스펙트럼일까? (0) | 2022.07.01 |
아이의 자폐증, 새로운 부모의 삶이 시작되다. (0) | 2022.06.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