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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아이 키우기

우리 아이, 단지 조금 다를 뿐입니다.

by 해피도나스 2022.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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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의 자폐스펙트럼

언제부터인가 자폐증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입니다.

 

마라톤을 통해 세상과 조금씩 소통하는 초원이를 그린 영화 '말아톤', 피아노 연주에 천재성을 보이는 자폐증 동생과 백수 형이 진정한 가족이 되어 가는 이야기를 그린 '그것만이 내 세상', 인기 드라마 '굿닥터'와 최근 방영 중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까지 그만큼 주변에 자폐스펙트럼장애 인구가 늘면서 관심도 커졌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미디어에서 계속해서 다루고 있는 만큼 자폐스펙트럼의 특징이나 증상은 많은 사람이 인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화와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자폐인들은 주로 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물들이어서 대부분의 자폐증을 가진 사람은 한 분야의 천재성을 갖고 있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언어능력과 지능, 행동 양상이 모두 달라 '스펙트럼'이라고 명명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사회적으로 관계 맺고 지속해가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은 주변의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아이가 자폐증으로 진단받기 전에는 일상생활에서는 지하철에서 가끔 본 것 빼고는 거의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치료실과 병원을 가보니 비슷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이 되더군요. 확실히 예전과는 인식이 달라져서 조기에 진단을 받는 아이들도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주변에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성인이 된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을 보기가 어렵다는 것은 아직도 발달장애인이 밖을 돌아다니거나 사회활동을 하는 것이 제한적이기 때문이겠죠.

 

전 세계적으로 자폐 인구는 2%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50명 중 1명에 해당할 만큼 높은 수치입니다. 현재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도 특수반이 한 반이었지만 늘어난 특수교육대상자 때문에 올해 한 반이 더 신설되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특수교육대상자 대부분이 발달장애아이들입니다. 

 

다름을 인정해주세요

생각해보면 '다름'은 엄청난 가치입니다. 모든 사람은 다 다르기 때문에  매력이 있고 더 나은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다르게 살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비장애인조차 학교와 직장에서 다른 생각을 내기가 힘들고 남들과 다른 길을 가려면 걱정 근심을 한 몸에 받습니다.

 

남들과 같은 시기에 대학을 가야 하고, 남들이 다 쌓는 스펙을 쌓아야 합니다. 남들과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해야 하고 남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라는 형태의 주거공간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유행에 민감한 성향도 결국 남들이 많이 하는 것을 따라 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하물며 사회에서 약자인 장애인의 '다름'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정말 큰 노력이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장애교육이 늘어가고 장애인의 날 행사도 진행하며 예전보다는 인식 개선이 되고는 있다지만 아직도 장애인을 보는 시선은 너그럽지 않습니다. 

 

저는 평소에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고 바른 교육자로 인정받는 초등교사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담임을 맡고 있는 반에 장애아가 있는데 그 아이 때문에 다른 25명의 아이가 현장 학습을 원하는 곳으로 못 가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 한 명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본 것이라며 불만 섞인 말을 털어놓는데 참 씁쓸한 마음이 들더군요.

 

같은 반 일원이면 아이들과 대체 방안을 논의하고 장애아를 도와 같이 갈 수 있는 현장 학습지를 선택할 순 없었을까요? 아이들은 사회적 약자와 상생하는 방법, 모두가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을 학교에서 배울 수 있었을 것이고 이 아이들은 커서도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멋진 사회 구성원으로 클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우리 아이와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어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같은 반 장애아를 '우리 반의 보물'이라고 칭하고 반 전체 아이들에게 배려와 상생을 가르치시는데 실제로 그 반 아이들은 자기들과 '다른' 장애아를 특별한 보물로 여긴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이 훈훈했습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인이 늘어가는 우리 사회에서 어차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라면 이들을 어떻게 집단에 수용하고 통합시킬 것인지를 계속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노력이 지속될 때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질 테니까요. 우리 사회가 다름을 인정하고, 주변의 자폐스펙트럼장애인과 그들을 돌보는 가족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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