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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아이 키우기

자폐스펙트럼 장애아의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

by 해피도나스 2022.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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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가 되어 보니 달라지는 것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약자를 보는 시선이 비슷할 것입니다. 약자는 도와줘야 하는 사람들이고 주변에 항상 존재하지만 그들의 세상은 막상 내가 그 처지가 되어보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자라면서 경제적으로 힘든 적은 있었어도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사회적 약자는 아니었기에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었죠. 그러던 제가 사회적 약자인 장애아의 부모가 되니 여러 가지가 달라지더군요.

 

먼저, 사람들의 시선과 이목에 익숙해져야 했습니다. 아이는 악을 쓰고 고함 지르기 일쑤였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닥을 뒹굴며 자해하기도 했습니다. 자리에서 빙글빙글 돈다거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는 행동을 끝도 없이 반복하기도 했죠. 상황에 맞지 않게 혼자 큰 소리로 웃는 일이 많았고 자기가 꽂힌 문장을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일상이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통제불능의 버릇없는 아이로 비쳤거나 자폐스펙트럼장애의 특징이 많이 표출되면서부터는 이상하고 불쌍한 아이로 비쳤을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유독 남의 눈에 띄거나 튀는 행동을 싫어하던 저는, 이런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따가운 시선 가운데는 저를 도와주고 싶거나 안타까움의 시선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 등에도 눈이 달린 듯,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적지 않은 압박이었고 의도 없이 쏘아대는 화살이었습니다.

 

또한, 매일 죄인이 되는 것에도 익숙해져야 했습니다. 어딜 가도 튀거나 방해되는 아이의 행동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달고 살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피해본 사람들에게 사과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였지만 아이 때문에 죄인이 되고 평생 해본 사과의 80% 이상을 하게 되니 너무나 억울했습니다.

 

자연스레 공공장소는 피하게 되었고 집 이외에는 보육시설과 치료실만 가게 되더군요. 그동안 일상에서 자폐성장애인을 잘 만나보지 못한 이유를 알게 되었죠.

 

위와 같은 일들을 겪게 되니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우울감이 찾아왔습니다. 적기가 있는 아이 치료에 전적으로 매진해야 하니 제 커리어는 단절될 수밖에 없었고 아이가 발전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제 탓같은 기분도 들어 괴로웠습니다.

 

발달 시기에 맞춰 말도 잘하고 또래 아이들과 잘 지내는 아이들을 보면 억장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아이의 상태를 지인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부담되어 인간관계도 멀어지더군요. 친구의 아이들은 평범하게 잘 커가는데 우리 아이만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저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많은 날을 눈물로 보냈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부모에게 찾아오는 선물

아이의 유치원 입학 후 부모교육시간이었습니다. 특수교육대상자로 공립유치원에 들어간 후 첫 부모교육 시간이었는데 원장 선생님이 '신은 그 아이를 감당할 수 있을만한 부모에게 아이를 보낸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세상에서 버려진 것 같고 죄인 같은 기분이 들어 괴로울 때가 많았는데 그런 느낌이 싹 사라지면서 '내 아이는 그 정도의 어려움을 감당할 수 있는 부모인 나에게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평범한 부모에게 갔다면 감당이 되지 않았을 아이가 저에게 온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 힘을 내야겠더군요. '내게 주어진 임무이니 어떻게든 잘 키워내야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책임감도 강하게 들었습니다.

 

치료실과 병원에 가보면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다고 말 꺼내기도 힘든 안타까운 어린이들을 많이 봅니다. 그 아이들의 부모를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파옵니다. 이들의 부모님도 그 아이를 감당할 수 있으니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해보면 조금은 힘이 나지 않을까요?

 

물론 이런 아이들을 감당하는 것의 첫 번째는 부모지만 사회도 책임을 갖고 같이 키워내도록 지원과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약자를 소외시키지 않고 따듯한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것, 이들을 같이 살아가는 특별한 이웃이라고 생각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은 조금 더 살 맛 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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