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A치료란
응용행동분석(Applied Behavior Analysis:ABA)은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을 분석하여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과학적 접근입니다. 모든 인간의 행동은 학습된다는 가정하에 부족한 행동은 가르치고, 과하거나 부적절한 행동은 대체 행동으로 수정하는 방식입니다.
ABA는 1960년대에 이론이 확립되어 소개됐으며 1987년 미국 UCLA대학 Lovaas박사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ABA 조기프로그램의 효과를 입증한 후 자폐증 치료에 주요 치료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모든 과제를 아이 스스로 통제 가능할 정도로 잘게 나누어 학습시키고 점차 도움을 줄여 아이 스스로 할 수 있게 유도하는 체계적이고 구조화된 접근법이며 언어, 인지, 자조, 사회성, 문제행동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모든 영역의 기술을 가르치는 포괄적 치료 방법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ABA치료 단계는 다음과 같은 4단계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초기 평가(1단계)에서 아이의 의사소통, 사회적 상호작용, 인지학습 수준, 자조기술, 문제행동 등의 수준을 진단한 후 목표를 설정(2단계)합니다. 그 후 실제 수업에서는 모델링, 강화, 촉진, 일반화, 제거, 과제 분석 등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고 실행하며(3단계) 과제마다 목표 달성 여부를 파악하는 등의 데이터를 수집/분석(4단계)하여 다음 목표를 세우는 사이클을 반복합니다.
또한 ABA는 행동주의적 치료방법으로, 모든 행동은 ABC가 존재한다는 전제로 접근합니다. A라는 선행사건이 있어 B라는 행동이 나타나고 이를 통해 C라는 결과가 생긴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TV를 보고 싶은데 TV가 꺼져있는 선행사건(A)이 바닥에 머리를 박는 행동(B)으로 나타나고 엄마가 TV를 틀어준다(C)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배가 고파서(A) 울었더니(B) 밥을 준다(C)라는 사실을 깨달은 아이들은 '밥을 먹으려면 울어야 하는구나'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습득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ABA치료는 아이 행동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A(선행사건), B(행동), C(결과) 중 아이에게 맞는 중재를 통해 행동을 수정하게 됩니다.
ABA치료의 장점
60년 이상 역사가 오래된 만큼 관련 연구논문이 많이 발표되어있고 그만큼 검증된 치료라는 점은 가장 큰 장점입니다. 그래서 자폐스펙트럼을 진단받은 병원의 대부분의 의사들이 기본적으로 권하는 치료방법이기도 합니다.
ABA치료는 조작적 조건 형성을 통해 지속적으로 긍정적 행동은 강화시키고 부정적 행동은 감소시키는 효과를 나타내므로 교육적 효과가 좋으며 익숙한것의 반복을 좋아하는 자폐아들의 특성과 잘 맞는 치료 방법이기도 합니다.
32개월부터 1년 반가량 ABA치료를 받은 우리 아이는 떼쓰며 바닥에 드러눕고 소리지르는 등의 문제행동이 많이 개선됐고, 명사와 동사 중심의 단어를 많이 습득하는 등 언어 능력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자르기, 붙이기, 선긋기 등의 소근육 발달과 화장실에서 용변처리 및 이 닦기 훈련 등의 자조 기술도 향상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도 늦지 않은 시기에 필요한 개입을 받아 좋아진 부분이 많기에 주변에 추천도 많이 했습니다.
ABA치료의 단점
첫째, 치료비가 비싸고 개선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아무래도 평가, 목표설정,실행,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이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치료자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보니 치료비가 비쌉니다. 대부분의 자폐스펙트럼 장애아들은 주 40시간 이상의 치료를 권유받지만 비용적으로 감당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아이마다 다르지만 한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윤리적 문제도 생각해 봐야합니다.
ABA치료로 보통 문제 행동을 많이 다루게 되는데, 일반 성인이 '문제 행동'이라고 분류한 것이 과연 진짜 문제 행동일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일반인이 하지 않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아의 행동은 수정하거나 보완되어야 할 행동이라는 전제가 과연 맞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 사회에서 용인되지 않은 행동인 '상동 행동'을 소거하거나 대체 행동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해봅시다. 그런데 박수를 친다거나 팔을 휘젓는다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 일반인이 하는 행동과 다르다고 문제 행동이라고 보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자폐스펙트럼장애아의 이런 상동 행동은 그들이 겪는 감각의 홍수 속에서 불안감을 낮추는 자신만의 전략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행동을 못하게 한다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문제 행동'이 타인에게 크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이들이 상동 행동을 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셋째, 수동성과 의존성이 높아질 수 있고 일반화에도 한계가 존재합니다.
ABA치료 현장에서는 치료사가 정한 목표에 맞춰 아이의 이행, 불이행이 체크되는데, 이행 시 긍정적 강화를 위해 아이가 좋아하는 먹을 것 또는 게임/놀거리가 제공됩니다. 목표 달성에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아이는 본인의 자발성을 잃고 주어진 과제만 하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강화물이 주어지지 않으면 목표한 행동을 할 필요가 없게 느낄 수도 있는 것이죠.
이는 제가 아이의 ABA치료를 시작하려 할 때 다니던 복지관 선생님이 저를 말렸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사회생활을 해나가려면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동기 부여가 꼭 필요함을 고려할 때, 장기간의 수동적인 치료는 숙고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아이가 치료실에서는 목표한 행동을 잘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도 잘 되지 않는 일도 빈번합니다. 일반화가 잘 안 된 것이죠. 치료실의 구조화된 환경과 아이가 생활하는 환경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ABA치료는 이런 일반화까지 염두에 두고 목표를 정합니다.
넷째, 강화물로 주어지는 보상이 몸에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강화물로는 아이가 좋아하는 초콜릿, 사탕, 과자, 젤리 등이 많이 사용되는데 이것들은 체내 염증반응을 가속화시키기 때문에 특히 자폐스펙트럼 아이들에게는 피해야 할 음식입니다.
ABA치료를 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것들
먼저, ABA치료로 좋아지는 아이들은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기대감을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2년 미국 소아과 학회지에 실린 '자폐아동의 6가지 발달 궤적'에 관한 논물을 보면 자폐의 표준치료라고 불리는 ABA, 감각통합, 언어치료는 인지학습 능력이 양호하고 언어 발달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일부 6~7% 정도의 아이들에게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특히 언어와 사회성 발달은 치료로 정상 근접도 가능하나 상동 행동 부분은 시간이 지나도 거의 변화가 없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논문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약 7천 명의 2~14세 자폐스펙트럼 아동들의 11년간 추적 관찰한 대규모 연구라고 하니, 아이의 현재 상태에 따라 ABA치료 효과에 대한 기대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제가 주변에서 본 바에 따르면, 각성 수준이 낮고 의욕이 별로 없는 아이는 크게 효과를 못 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좋아하는 강화물이 있으면서 좋고 싫음이 분명한 의욕 있는 아이에게 추천합니다. 또한 치료사의 역량이 특히 중요하므로 전문가가 있는 치료기관에서 가능하면 일찍 시작하길 권합니다. 치료를 일찍 시작한 아이일수록 예후가 좋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치료실만 의존하지 말고 부모가 치료사가 되어 생활 속에서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아이와 가장 오래 같이 생활하는 부모가 생활 속에서 ABA 적 접근으로 실천한다면 효과가 클 수밖에 없겠죠? 요즘에는 관련 책과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부모가 공부해서 생활 속에서 실천하면 치료 효과가 배가 될 것입니다.
아이들의 가장 좋은 스승은 부모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기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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