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나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요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인기입니다. 최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나온 다운증후군 배우도 그렇고 장애인을 다루는 드라마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참 반갑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성 장애를 가졌지만, 한 번 보거나 들은 것은 그대로 외우는 등 일반인과 다른 특출 난 능력으로 서울대 로스쿨을 1등으로 졸업해 유명 법무법인에 최초의 자폐인 변호사로 입사합니다.
입사한 우영우를 맡은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은 자기소개도 제대로 못하는 우영우를 믿지 못합니다. 의뢰인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언변 능력까지 갖춰야 하는 변호사의 역할을 자폐인 변호사 우영우가 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편견을 가졌죠. 하지만 첫 공익 사건을 예상치 못한 관점으로 해결한 우영우는 다양한 사건을 맡으며 점점 '이상한' 변호사에서 '특별한' 변호사로 거듭나게 됩니다.
자극적이지 않은 일상의 문제를 사건으로 다루면서 이를 자신만의 특별한 관점으로 해결하는 우영우는 본인의 장애를 당당히 밝힘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장애는 숨겨야 하고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해 줍니다.
우영우를 통해 보는 자폐스펙트럼의 특징
저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가진 특징을 주변 사람들이 이해해 준다면 일상이 한결 수월하겠다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이의 독특한 행동이 '이상'하고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특징이라고 이해한다면 조금은 더 편하고 덜 적대적인 눈으로 이들을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게는 다음과 같은 일반인과 다른 모습이 있습니다.
말투가 고저 강약이 없고 빠릅니다
사실 자폐스펙트럼장애인의 언어능력은 천차만별입니다. 성인이 돼서도 무발화인 사람부터 말을 잘하는 듯 보여도 상대방과의 주고받는 깊은 대화가 어려운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단조롭고 고저 강약이 없는 말투 때문에 AI가 말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드라마에서 의사인 형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 자폐인 정훈은 같은 말을 반복하고 대부분의 질문에 '네'로만 대답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언어 기능이 떨어집니다.반면 우영우는 사회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언어능력을 갖고 있지만 말투는 높고 낮음이 없이 단조롭고 빠른 등 일반인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상동행동을 보입니다
'상동행동'이란 같은 동작이나 말을 의미 없이 반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손뼉을 친다거나 두 팔과 손을 파닥거린다거나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등의 행동 또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언어적 상동 행동이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우영우는 자기소개를 할 때면 언제나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이라고 말을 하죠. 상동행동이 언어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똑같이 따라 하는 반향어도 상동행동에 해당할 수 있는데 우영우의 아버지도 우영우에게 첫 출근날 주의사항으로 '반향어 금지'를 언급했습니다. 반향어는 상대방의 말을 되뇌며 습득할 때, 대답할 말을 찾기 힘들거나 이해할 수 없을 때,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 또는 그저 말소리가 재밌어서 따라 말할 때 등 다양한 이유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도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빨리 준비하자'라는 제 말에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빨리 준비해요?'라고 똑같이 되묻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럴까요?' 내지는 '그렇게 해요' 등 다르게 변형하여 말하기가 참 안됩니다. '컵을 위험하게 두면 깨진다고 했지?'라고 했던 제 말을 기억하고 본인이 컵을 깼을 때 스스로에게 똑같이 호통치듯 얘기합니다. 이렇듯 제가 한 말을 언제 똑같이 따라 말할지 모르기에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에게는 특히 함부로 말할 수 없습니다.
관심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우영우가 독특한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등장하는 장면이 고래 CG입니다. 고래를 좋아해서 고래 박사라고 할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고 전혀 관련 없는 상황에서도 고래 이야기를 꺼냅니다. 이렇듯 자폐스펙트럼장애인은 한 두 가지 관심사에 몰두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아이도 어릴 때 엘리베이터에 집착해서 항상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고 버튼은 자기가 눌러야만 했습니다. 또 인체 해부학을 좋아해서 사람의 장기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영상이나 그림은 외울 때까지 보려고 합니다.
감각적으로 예민하거나 둔감합니다
우영우는 회전문으로 드나드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또한 큰 목소리로 싸우는 소리, 청소 장비 소리 등 주변의 큰 소리에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입니다. 일반인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 자극에도 쉽게 예민해지는 것이죠.
상대방의 비언어적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고 말속에 숨은 의도 파악이 어렵습니다
표정과 몸짓으로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거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힘드니 다른 사람들 눈에는 눈치가 없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오셨어요?'라는 질문을 직역해서 '지하철 타고 왔습니다'라고 대답한다거나 '손해는 어떻게 나나요?'라고 가르침을 위해 묻는 시니어 변호사의 질문에 그것도 모르고 어떻게 변호사가 되었냐라고 대답하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는 '우영우'와 같은 고기능 자폐인이 주변에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판타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또한 의뢰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A라는 문제는 B가 답'이라는 틀에 박힌 공식에서 벗어나 융통성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그녀를 볼 때 자폐스펙트럼장애인의 특징과는 좀 멀어 현실적이지 않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영우가 보이는 위와 같은 특징들이 여러 사람에게 회자되어, 일반인이 조금이라도 주변 자폐스펙트럼장애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참 반갑고 고마운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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