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의 장애진단 결정 전에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아이가 장애진단을 받는 것이 좋은지, 받는다면 언제 받는 것이 좋은지 고민이 많았고 또 실질적 혜택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한 점이 많았기에 저의 경험을 공유하려 합니다.
아이 나이 5세, 장애진단을 받기로 결정하다
우리 아이는 3세 말에 서울시어린이병원 심리평가에서 자폐스펙트럼 가능성을 진단받았고 4세부터 꾸준히 ABA치료, 감각통합, 언어 치료 등을 받았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 치료를 시작할수록 예후가 좋다고 수도 없이 들었기에 2~3년 정도는 비싼 치료비용을 감당하리라 마음먹었었죠.
하지만 왜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몰리는 걸까요? 아이 치료비가 가장 많이 들었던 시절은 결혼 후 집안 사정이 가장 좋지 않았을 때이기도 했습니다. 평균 40분에 6~8만 원 하던 아이의 치료비는 정말이지 부담이었지만 이때 쏟아붓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두려워 마이너스 통장까지 이용해가며 치료를 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치료를 통해 많이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감 때문에 장애진단은 생각하지 않았지만 아이가 5세쯤 되자 생각이 바뀌더군요. 일단 이왕 진단을 받을 거면 초등학교 입학 전에 일종의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언제 어디서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반대로 남들과 달라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장애진단이 일종의 보호막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또한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들어 둔 태아보험으로 장애진단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 언젠가는 받을 진단금이라면 조금이라도 일찍 받아서 부담스러운 치료비를 커버하고 후회 없이 치료에 매진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아이는 2018년 6월 자폐스펙트럼 장애 2급을 진단받았습니다. 현재는 중증과 경증 두 가지로 구분되지만 제가 진단받을 때는 자폐스펙트럼 증상이 심한 순으로 1급, 2급, 3급으로 구분했고 아이가 어리고 아주 심한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2급과 3급 중 무엇으로 진단받느냐가 관건이었죠.
솔직히 이왕 장애진단을 받기로 한 이상 혜택이 조금 더 많은 2급으로 받았으면 하는 것이 대부분의 부모들의 심정일 것입니다. 저도 그랬지만 막상 2급으로 진단이 나오니 차라리 잘 됐다 싶으면서도 좌절감도 심하게 밀려오더군요.
장애진단의 혜택
일단, 장애진단을 받으니 특수교육대상자 선정이 아무래도 쉽게 된 것 같습니다.
특수교육대상자는 각 시도별 교육청 산하의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신청을 하면 특수교육 위원회가 검토하여 대상자 여부를 결정합니다. 장애진단서가 특수교육대상자 여부의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제 느낌에 아무래도 장애등록 여부가 영향을 줬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는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된 후 그 해 신설되는 집 근처 공립 유치원에 0순위로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특수교사가 상주하고 질 높은 유아교육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공립 유치원에 다녔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 감사한 일입니다. 일반 어린이집에 보낼 때만 해도 언제 선생님께 연락이 올지 몰라 집에서도 좌불안석이었고 선생님에게 폐 끼치는 마음이 들어 점심만 먹고 하원 시키는 날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런데 특수교육대상자로 유치원을 보내니 마음도 너무 편하고 당당해지더군요.
아이는 다행히 유치원에 잘 적응하여 도움반에 거의 가지 않고 원반에서 특수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지낼 수 있었습니다. 입학 전, 초등학교 환경과 비슷하게 한 반에 18~22명이 같이 생활하는 공립 유치원에 다닌 경험은 초등학교 적응에도 한 몫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어 전적으로 장애아동을 돌봐왔던 부모의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저는 장애진단의 여러 가지 혜택 중에 가장 큰 것이 이 활동 지원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이 서비스는 만 6세 이상의 등록장애인이면 소득에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는데, 신변처리, 가사, 일상생활 지원 및 외출/이동/보조 등의 활동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가 7세까지는 남에게 맡기기가 불안해서 신청을 안 했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교 하교 및 치료실 이동 지원을 받고자 활동지원 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아이와 잘 맡는 활동지원사를 만나는 것이 관건이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니 저의 삶의 질은 정말 많이 나아졌습니다. 점심시간이나 그 이후에도 편하게 약속을 잡을 수 있다니 감격이었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내 자신을 돌보기 시작하니 심신이 충전되어 아이에게도 더 잘해주게 되더군요.
그밖에 장애인 주차구역 이용 및 공영주차장 요금 감면, 전기세, 가스요금, 수도세 감면, 공공 박물관, 미술관 등의 이용료 감면, 지하철 무료, 국내선 항공료 감면, 기차요금 감면, 일정 배기량 이하의 차량 구매 시 취득세 감면 및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등의 혜택이 있습니다. 또한 장애아가족 양육지원 서비스, 청소년 발달장애인 방과후활동 서비스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으니 자세한 복지서비스 내용은 복지로(www.bokjiro.go.kr)를 참고하셔서 장애진단 결정에 도움받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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