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준비반 선택하기
모든 장애아 부모들이 크게 걱정하는 부분, 바로 초등학교 입학일 것입니다. 사실 초등학교 입학은 비장애아 부모들에게도 편하게 마음먹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처음으로 학부모가 되는 일이며, 정해진 규칙이 많은 작은 사회로 아이를 보내 적응시키는 일이니까요.
제 아이는 특수교육대상자로 공립유치원을 다니며 그나마 학교와 비슷한 환경을 접해봐서 아주 큰 걱정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자폐스펙트럼 장애 특성상 처음 경험해 보는 상황보다는 익숙하고 예측 가능한 것에 편안함을 느끼므로 미리 학교 상황을 경험해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학교 준비반에 대한 정보는 아이가 주로 다니던 치료실인 서울시어린이병원과 사랑의복지관에서 얻을 수 있었고 워낙 엄마들의 입소문이 좋게 나 있던 곳이어서 두 군데 지원을 하고 둘 중 합격하는 곳으로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서울시어린이병원 초록학교는 보통 12월에 지원 공고가 나서 이듬해 7세가 되는 아이들이 지원을 합니다. 믿을만한 기관에서 전문성을 갖춘 치료사들이 운영을 하다 보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발달장애아이들 부모들에게 꼭 가고 싶은 곳으로 꼽히더군요. 초록학교의 심의 기준은 사회 경제적 상태(의료 급여 및 차상위 우선), 어린이병원 대기기간 혹은 초진 날짜, 치료 이력, 치료진의 임상적 판단(발달 영역별 상태, 문제 행동 등)입니다.
제 아이도 초록학교 지원을 했는데, 워낙 경쟁률도 어마어마했지만 어린이병원에서의 ABA치료 이력이 많았기 때문에 안타깝게 선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강남역에 위치한 사랑의복지관의 학교 준비반인 자람반에 면접을 보고 합격을 해서 초등학교 적응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의복지관의 학교 준비반에서의 1년
사랑의복지관의 학교 준비반에 지원하기 위해 아이가 6세 이전 관련 문의 및 접수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심층 평가를 통해 개별지원계획이 수립되면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준비반인 '자람반', '쑥쑥반'은 1~2월에 개별 및 단체 면담을 진행한 후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데, 제 아이도 초등학교 준비반에 지원한 4명의 아이들과 함께 면접 아닌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모인 아이들에게 몇 가지 과제를 주고 착석, 과제 수행 및 문제 행동 여부를 판단하고 놀이 상황도 관찰한 후 비슷한 아이들을 묶어서 반을 정하더군요.
면접 때 엄마들도 아이가 과제를 수행하고 놀이를 하는 장면을 관찰할 수 있는데, 말도 잘하고 과제 수행능력도 뛰어난 어떤 아이가 감정조절이 안 되는 모습을 보이니 안타깝게도 그 아이는 입학 때 볼 수 없었습니다.
학교 준비반인 자람반은 주 2회, 2시간 30분씩이었습니다. 초록학교와는 달리 특수교사 자격증을 가진 선생님 2명이 5명의 학습을 도왔고 수시로 팀장님도 들어와서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초등학교와 최대한 동일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실제 초등학생이 이용하는 책, 걸상이 마련되어 있었고 아이들은 가방에 필요 물건을 넣어 가지고 다녔습니다. 각자의 사물함도 있어서 1년 간 사용할 스케치북, 색연필, 색종이, 풀, 물티슈 등을 넣어둘 수 있었습니다. 3월에서 12월까지, 학교 환경과 비슷한 장소에서 1학년 1학기 교과서를 예습하는 것이 주된 과정이었고 각자의 수준에 맞는 개별화 과제를 가정학습지로 내주었죠.
자람반에서 1년을 보내며 좋았던 점은 첫째, 두려울 수 있는 초등학교 환경을 미리 경험하고 익숙하게 만들었던 점입니다. 신발장에 있는 실내화를 갈아 신고 , 신고 온 신발을 자기 자리에 가지런히 넣기서부터 본인의 책상 찾아 앉기, 사물함에서 각 시간별로 준비물 꺼내 준비하기,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을 최대한 집중해서 들으며 방해 행동하지 않기, 모둠 활동에 의미 있게 참여하면서 차례 지키기 등은 집에서는 가르치기 힘든 경험이었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흐트러지는 자세때문에 힘들었지만 책상에 바른 자세로 앉아 40분을 보내는 법을 배운 점은 학교 생활 적응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는 학습적인 내용을 배운 것보다 훨씬 큰 성과였습니다.
두 번째, 소규모 그룹 수업을 하며 교과서 공부에서 미술, 체육, 음악까지 즐겁게 배울 수 있었던 점입니다. 가위, 바위, 보서부터 술래잡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또래들이 많이 하는 놀이 방법도 여기서 익힐 수 있었고 덩달아 사회성도 확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특수교사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다양한 동요도 불러보고 합창 연습도 했는데 제 아이는 음악시간을 참 좋아했습니다. 또한 따로 한글 공부를 하지 않았던 아이에게 읽기, 쓰기 연습을 시켜줘서 자연스럽게 한글을 뗄 수 있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세 번째,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준 점입니다. 아이들의 생일파티를 열어서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축하 카드를 만들어 보는 경험을 했고 코로나로 인해 아쉽게 가지 못했지만 여름에는 1박 2일 캠프도 있었습니다. 현장체험 학습의 일환으로 과천 서울랜드도 가서 점심도 먹고 즐겁게 놀이기구도 타고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자람반은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비교적 저렴한 교육비로 할 수 있어서 아이와 같이 1년을 보낸 엄마들도 다들 만족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현재 다행히 일반 초등학교를 잘 다니고 있는 아이를 보면, 7세 시절의 학교 준비반 선택은 참 잘한 결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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