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존스홉킨스대 소아정신과 지나영 교수님의 유튜브 강의를 즐겨보는데 참 배우는 점이 많습니다. 얼마 전 다룬 내용은 극도로 예민하고 불안이 많은 아이 도와주는 방법인데 우리 아이와 같은 자폐스펙트럼 장애아이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이어서 소개하고 저도 실천하려고 합니다.
존재만으로 가치 있는 아이들
지나영 교수는 심리치료, 약물요법 등 어떤 방법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줘야 하는 기본인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부모 말 잘 들어서, 말썽 안 피워서, 공부 잘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닌, 아이가 어떤 조건에 있다고 해도 나는 널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그것이죠.
마음속으로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의 사랑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게 표현하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아쉽게도 무조건적인 사랑은 대물림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어릴 때 제 부모님으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지 못했고 사랑을 받으려면 착하고 공부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엇나가지 않고 잘 살려고 애써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아이에게도 제가 부모님께 받은 만큼만 사랑을 주고 있었나 싶어 마음이 아프면서도 아차 싶었습니다. 못다 준 사랑의 되물림은 저로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아이에게 무조건적 사랑을 느끼게 하는 좋은 방법으로 '20초 허그'를 제안합니다. 하루에 두 번, 아침저녁으로 아이를 꼭 끌어안고 '넌 존재만으로 가치 있는 사람이야', '넌 어떤 보석보다 빛나는 존재야', '넌 엄마 아빠에게 온 가장 귀한 선물이야' , '힘든 하루였는데 잘 견뎌줘서 고마워' 등등 사랑과 감사의 말을 해주는 것입니다.
그날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건 매일매일 실천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부모의 무조건적 사랑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부터라도 예민하고 동생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은 초등학교 고학년 첫째 아이에게, 남들에겐 많이 부족해 보이는 둘째 아이에게도 매일 '20초 허그'를 실천하며 무조건적인 사랑을 전하는 부모가 되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사람의 가치는 그의 능력, 성취, 장애 여부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며 존재 자체만으로 절대적임을 기억하라는 지나영 교수님의 말이 여운을 남깁니다.
리허설해주기와 편안한 장소에서 안정감 찾기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는 루틴에서 벗어나는 것을 불안해합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새롭고 예측 불가능한 일은 시도하기를 너무 힘들어합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정도의 차이지 일반인도 예측 불가능한 일은 불안해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치과에 간 상황을 생각해봅니다. 눈은 가려져있고 시끄러운 도구들의 소리도 거슬리는데 의사가 다음에 무엇을 할지 진행상황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얼마나 불안할까요? 계속 가게 되는 치과는 아무 말 없이 치료만 묵묵히 하는 곳이 아닌, 예측이 가능하게 진행 상황을 알려주며 불안을 덜어주는 치과입니다. 일반인도 이런데 예민한 아이,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리허설의 중요성이 더 크겠죠?
현재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는 우리 아이는 항상 다음날의 일정을 저에게 물어보거나 혼자 되뇝니다. 내일이 불안하지 않기 위해 매일 하는 일과입니다. 새로운 곳을 갈 때면 그 장소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면 아이가 훨씬 편해합니다. 학교에서 참관수업이 있거나 현장학습을 가기 한 달 전부터 계속 얘기해주면 아이도 점점 두려움을 없애고 기대감을 갖고 참여하는 것 같습니다.
항상 가는 길로만 다니고, 먹던 것만 먹고, 입던 옷만 입으려 하는 아이가 너무 예민하고 힘들게 느껴졌던 때가 생각납니다. 아이가 말을 못 하던 시절이었지만 '하루 일과를 그림과 말로 미리 설명해주고, 새로운 장소에 갈 때는 미리 사진과 영상을 보여줬더라면 아이와 저 모두 덜 힘들고 수월하게 그 시절을 넘겼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또, 편안한 장소를 정하고 안정감을 찾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미국의 유치원과 학교에는 'peace corner'라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이 불안한 마음을 진정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집에서도 아이가 좋아하는 물건으로 꾸민 편안한 장소를 만들어 아이가 안정을 찾고 싶을 때 그곳에서 편히 쉬면서 심호흡을 하면 불안을 줄일 수 있다고 하네요.
두 팔로 무지개를 만드는 등의 손동작과 함께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으면 저절로 자율신경계가 안정이 되면서 극도로 불안했던 교감 신경이 진정되고 부교감 신경의 기능이 올라가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니 실천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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